under willow
서른 두 번째 이야기. 본문
풀벌레조차 숨죽일 이른 아침
검게 물든 땅에는 투명한 그림자가 맺힌다.
옆으로는 묵직한 발걸음이 깊은 흔적을 남긴다.
정처 없이 나아가매 광대마냥 춤을 춘다.
빙그르르 돌며 추니 흥겨울 만한데도
보는 이 하나 없어 붙잡을 이도 하나 없네
떠오른 임은 이제 멀리 떠나가려 해도
길 잃은 광대는 머물 곳을 모르고
떠나는 임을 눈멀듯이 좇는다.
절벽 끝, 바위 위, 지친 광대가 몸을 기대 누이매
바짓단 흠뻑 적시던, 새벽에 맺혔던 그림자가 그립다.
노을 아래, 둘러봐도 끝자락 하나 보이지 않네.
흔낙히 받고 싶은 붉은 이슬은 메말라 간데없다.
감홍로(甘紅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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