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 willow

서른 네 번째 이야기. 본문

소박한 한 편

서른 네 번째 이야기.

Doe_nihil 2020. 6. 11. 19:02

얼음장같이 시린 물속을 노닌다.

 

찬란함이 넘실거리는 그 안을 노니다,

 

그 푸르른 속살을 파들어가면

 

서글픈 심연이 온몸에 스며든다.

 

 

해저 그 아래서 몸을 얽혀오는 검은 손길

 

자애로이, 두 눈 위로 살포시 얹힌다.

 

남모를 따스함에 이끌려 그렇게 침잠한다.

 

 

늙은 어부가 오롯이 끌어온 그 풀 덩이는

 

그 손안에서, 아니 풀 속에서 시림을 잊었다.

 

그 얼음장 같던 찬란함을 잊고 말았다.


풀로 덮인 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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